'3·1정신 이은 어린 꿈나무들 '통일 만세' 부를 날 기다리죠' : 3. 1절을 하루 앞둔 29일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박물관에서 '역사 알리미'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 이이상(왼쪽), 김현구 선생이 '일제 항전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은 어린 꿈나무들이 언젠가 '통일의 만세'를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박물관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김현구(73)·이이상(73)씨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광복회 소속이라는 점, 은퇴 후 수년째 박물관에서 봉사하며 '역사 알리미'를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김씨의 조부는 지난 1904년 충북 최초의 초등교육기관으로 문을 연 광남학교(현 청주 청남초교)를 설립한 우국지사의 한 명인 고 김태희 선생이고, 이씨의 부친은 1930년대 경남 진해에서 농민운동을 하다 2년여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고 이승종 선생.
그런 점에서 이들이 맞는 3·1절은 늘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씨는 "할아버진 3·1운동 때 태극기를 만드는 등 청주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다"며 "이미 거의 한 세기가 지나 우리 일선 교육현장에서라도 3·1정신을 굳건히 계승해 나가지 않으면 할아버지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은 곧 잊혀지고 말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독립운동가의 피 때문일까? 두 사람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똑같이 '역사 알리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씨는 7년째, 이씨는 5년째 박물관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박물관을 찾는 어린 학생들을 만나면 근·현대사를 설명하는 데 특별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김씨는 "일제강점기의 비극은 광복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 분단의 현실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며 "가까운 과거조차 모르는 아이들은 미래를 꿈꿀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근·현대사의 아픔을 아이들에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보통 숙제를 하기 위해 의무감으로 박물관을 찾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쉽게 우리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재미있게 안내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안희제 선생이나 박차정 의사 같은 부산의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할 때도 공을 많이 들인다.
이씨는 "부산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박재혁 의사 이야기를 하면 어린이들이 종종 놀란 얼굴을 해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며 "무장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처절하고 아픈 그때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고, 친일파의 후손은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부유하게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3·1정신을 이야기하겠냐?"며 과거사 청산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ilbo.com
이 기사에서는 김현구씨의 부친인 김기혁씨도 기미년(1919) 60돌을 맞아 아버지 김태희 선생의 행적을 수집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원문 출처: <부산일보>2008년 03월 01일, 사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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