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작은 소망을 이루며

발간사(發刊辭)

작은 소망을 이루며

김현구 (金炫九)

저의 조부님 되시는 일석(一石) 김태희(金泰熙) 선생은 제가 두 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철이 들면서 할머니, 어머니, 고모님, 그리고 아저씨 되는 손기철 (전 대전 동산 중고등학교 이사장) 이사장님 등 여러분으로부터 조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조부님은 일제하에서 학교를 세우시고 학생들에게 신교육을 가르치시고 상해 임시정부와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조달하시는 등 선각자로서 독립투사로서의 삶을 사셨던 애국지사이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의 어린 생각으로는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살았을 것으로만 생각하면서 조부님이 살아 오셨던 위대한 삶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저의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조부님은 안타깝게도 그렇게도 그리던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신 채 1936년에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해방 이후의 혼란과 6.25 한국전쟁을 겪는 동안 조부님에 대한 이야기는 묻혀만 갔습니다.

그러던 중 충북 대학교의 조건상(趙健相) 교수님은 청주(淸州) 지역의 역사책이라할 수 있는 <청주지>(淸州誌)를 1961년도에 발간하면서, 저희 할머니와 어머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고증을 거쳐 청주지의 '독립운동사 편'에 "애국지사 김태희"(愛國志士 金泰熙)라는 제목으로 할아버지를 소개하였습니다.  이후 '고 일석 김태희 지사 고산에 안장'(故 一石 金泰熙 志士 故山에 安葬) (<충북신보> 1959. 4.1), '고 김태희 지사 미망인 곽정신 여사'(故 金泰熙 志士 未亡人 郭貞信 女史) (<경향신문> 1966. 11. 2) 등, 조부님의 생애와 활동에 대한 기사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조부님은 세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도 조부님에 대한 공적을 재평가하여 1963년도의 대통령 표창(大統領表彰)을 시작으로 1990년도에 건국훈장 애족장(建國勳章愛族章), 1991년도에 국가 유공자증(國家有功者證)을 추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조부님의 생애에 관한 기록이 하나 둘 나타나고 정부에서 공적으로 밝혀 포상하는 등 여러 기관과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보임에 따라 조부님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야겠다는 조그마한 포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부산에 거주하고 있고, 거기에 더욱 생업에 쫓기다 보니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1970년대 중엽 이후, 짬짬이 틈을 내어 고향 청주를 방문하면서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산재해 있던 조부님에 대한 기록들을 수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부님이 세운 청남학교와 조부님이 다니시던 청주 제일교회를 자주 방문하면서 당시의 졸업생, 교회의 여러 장로님, 그리고 조부님을 기억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뵐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분들을 통해 조부님에 관한 이야기들을 고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고무되어 휴가철이나 공휴일에는 청주를 방문하고, 정부기록문서 보관소, 여러 도서관 등을 찾아 나섰습니다.  황성일보, 대한매일신고, 공립신문 (미국에서 발행), 경향, 조선, 동아일보, 정부 문서 기록 보관소(政府文書記錄保管所)의 관련 기록과 일본 신문까지 검색하면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확인된 자료를 당초에는 50부 정도 복사하여 가까운 친인척 및 관심있는 몇 분들에게 배부하려고 하였으나, "책으로 엮어 여러 인사들에게 배부함이 좋을 것"이라는 최동준(崔東晙) 장로님의 권고도 있고 해서 책 발간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민족교육 계몽운동, 청년운동, 독립운동으로 일생을 살아간 조부님의 생애와 활동에 관련된 문헌 및 자료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니 감개무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한편 조부님께 누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됩니다.

이 작은 한 권의 자료집이 조부님에 대한 후손의 작은 소망과 정성이 표현되고, 조부님의 생애에 대해 잘 모르는 후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다면, 그리고 일제 강점기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의 바람이 없겠습니다.

이번에 책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기꺼이 축사를 해주신 이기용 충청북도 교육감님, 오산근 광복회 충청북도 지부장님, 이우석 청주지방 보훈지청 지청장님, 노재전 청주시 교육청 교육장님, 오연호 청주 청남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조언과 찬사를 주신 충북 기독교 역사 연구회 회장 최동준 장로님, 그리고 교정과 감수를 맡아주신 전순동 교수님, 정성으로 자문에 응하시며 도움을 주신 노옹 이창수(李昌秀) 장로님, 사진과 자료를 제공하여 주신 박종성 청주 MBC 부장님, 곁에서 늘 격려하며 자극을 주신 부산 박물관 전시실 전문 해설사 이수(李樹) 선생님, 그리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조부님이 오렷동안 섬기던 청주 제일교회에서는 출판 기념예배를 기꺼이 마련하여 주셨으니, 더함없이 감사한 일이며, 청주 제일교회 이건희 목사님을 비롯한 교인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아름다운 책이 나오기까지 정성으로 도움을 주신 동해 출판사 직원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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